순자산 10배 이상 키운 신혼부부 이야기
(1) 인트로 : 욜로 청산, 결혼 후 무식하게 절약만 하던 밥통 시절
최근 친한 지인들의 내집마련 관련 상담 아닌 상담을 해주다 보니 저의 결혼 생활을 돌아보게 되었었습니다. 처음 결혼해서 전세입자에서 내 집 한 채 사겠다고 돌아다닐 때도 지금처럼 막막하고 답답하고, 이넓은 수도권에 내 집 하나 마련할 곳이 없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부디 무주택자 분들도 희망을 가지고 좋은 집을 마련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본론으로 들어가, 2016년 따스한 봄날 결혼하여 거지같이 모으기만 하다 실거주 매수 그리고 상급지로 점프를 하면서 순자산 10억 달성한 스토리를 풀어볼까 합니다. 지난주 결혼 5주년을 기념하여 키보드를 붙들고 썰을 풀어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사실 2015년까지만 해도 저는 전형적인 N포 세대로 모은 것도 없이 결혼은 무슨 결혼이냐 신나게 욜로를 즐기다 가자의 사고방식을 가지고 살아왔습니다. 당시 회사생활을 5년 정도 했었는데, 제주의 4계절을 느끼기 위해 1년에 3~4번은 제주도를 다녀왔고, 해외여행도 연 1회 이상은 꼭 다녔습니다. 전공이 일본어 쪽인지라 일본 여행도 국내여행 즐기듯 다녔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한국에도 많이 팔고 있는 마제소바를 먹겠다며 나고야행 비행기표를 끊기도 했었으니까요. 배우자도 동호회 활동을 하다 만났습니다. 그리고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결혼을 하기로는 했는데, 양가 형편상 경제적 도움을 받거나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2015년 겨울 결혼 준비를 하려고 이래저래 두 사람이 사회생활을 하며 모은 돈을 합쳐보니 1억 정도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일반적인 밥통 신혼부부들의 사고방식대로 결혼을 위한 스드메에 신혼집에 들어갈 혼수 등의 비용을 합리적으로 한다고 해도 많은 비용이 들었습니다.
당시에 거주지에 대한 고민을 살짝 엿보자면, 저희 부모님 댁은 인덕원, 처가댁은 문정동에 양가 모두 세 들어 살고 계시던 형편이었습니다. 각자의 직장은 저는 서초구, 아내는 송파구였죠. 아내는 특히 처갓집에서 도보로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 거리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직주 근접은 포기하기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어려서부터 이사를 꽤나 많이 다니며 자라다 보니, 내 집 마련에 대한 로망은 나름 있었던 지라, 무리를 해서라도 결혼을 할 거라면 매수를 하자는 의견을 냈었는데, 실거주한 채 없는 상황의 양가 부모님과 예비 신부인 제 아내는 영 끌의 대한 공포심으로 극구 저의 의견을 말려서 전셋집에서 신혼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2억 중반대에 거래되던 분당 서현 시범단지 15평을 알아보다가, 위례신도시에 있는 다가구 주택 (신축 빌라) 15평으로 전세를 들어갔습니다. 당시 2억 예산으로 알아보다가 (결국, 전세 대출을 일으켜서 전세를 들어갔어요. 그럴 거면 더 당겨서 샀어야...) 맘에 드는 집을 2.2억에 전세 계약을 하였습니다. 그때 시범단지를 매수했다면 좀 더 빨리 부동산에 눈을 떴을까?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전화위복이 되었다고 아내와 회상하곤 합니다.
새 가족의 탄생과 빌라 세입자로 사는 삶의 현실
그렇게 2016년 5월 결혼을 앞둔 3월 신축 빌라 전셋집에서 신혼을 꾸렸습니다. 집들이로 놀러 오는 주변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신도시의 깔끔한 이미지와 분위기 있는 다가구 밀집 지역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해주었습니다. 여느 신도시의 다가구 주택 밀집지역 (이택지지역)스럽게(?) 1층은 대부분 상가로 되어있습니다. 자연스럽게 동네에는 여러 프랜차이즈들이 들어왔고, 외식 걱정은 없겠다는 주변인들의 평가도 괜히 기분이 좋아지기도 했습니다. 1층에 주차장도 있으니 주차 걱정도 없겠다면서요. (회사 차량이 있어 회사차로 출퇴근 하던 때라, 주차 공간은 필수 였습니다.) 하지만 외부인이 보는 시선과는 달리 얼마 지나지 않아 하나 둘 문제점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결혼 후, 얼마 있지 않아 아이가 생겼습니다. 대중교통이 덜 발달한 위례신도시의 특성 (제가 위례신도시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인데, 언젠가 제가 위례신도시를 매도하고 나온 이유에 대해서도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으로 아내는 차로 20분이면 가는 거리를 2~3배 이상의 시간을 들여서 대중교통으로 출퇴근 해야했고, 병원도 다녀야 했습니다. 그리고 생각지 못했던 이택지지역의 단점. 주변 상가(식당이나 그 밖의 점포들) 이용객들이 마땅한 주차시설이 부족해, 보이는 건물의 주차공간에는 무작정 주차를 한다거나, 음주객들의 고성방가, 옆건물 식당의 종업원 및 손님들의 흡연 연기까지. 심지어 저희가 세들어 살던 곳은 애견샵이 들어와 크진 않지만 개짖는 소리까지. 아이가 태어난 3인 가정에 방2개짜리 빌라는 몹시 좁게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위층은 주인세대인데, 미취학 아들 2명이 뛰는 소리에 제대로 불만을 표현하지도 못하고 지내다 보니, 정말이지 빨리 이곳을 탈출해야겠다. 그리고 내 집이 꼭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그렇게 약 1년을 버티다가 내 집마련을 위한 꿈을 꾸기 시작합니다.
무식하게 유지하던 절약, 서서히 깨닫게 된 자본주의의 현실
결혼생활을 하면서 지독하게 아끼며 살아보기도 했습니다. 당시 저희 부부는 3단계로 매월 가계부를 기록하고 피드백을 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서로가 불필요한 간식 등을 사먹는 것에 대한 용납도 하지 않았습니다. 둘이 버는 돈의 70~80%는 저축을 했었습니다. 특히 저는 회사차로 출퇴근을 했기에, 한 달 연속을 무지출로 살아내기도 하는 엽기적인 절약 행각을 보이기도 했는데요.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단순 무식 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절약만 하다가, 여기저기 블로그며 카페며 뒤져가며 공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부동산 관련된 각종 서적들도 찾아보고, 재테크 카페에 강의도 들으러 다니면서 부동산에 대한 관심도 더욱 가지게 되었습니다. (대학 다닐 때 아버지께서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라고 하실 떄, 뭐 그런걸 하냐며 회사원 되겠다며 무시하곤 했는데 차라리 젊었을 떄 그걸 했더라면? 이라는 생각도 드는 시간들이었습니다.)
자본주의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본소득에 눈을 떠야함을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부동산은 사람들의 삶을 다루는 인문학과 같다는 한 스승님의 말씀을 되뇌이며, 부동산 입지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이곳 저곳 다녀보기 시작했습니다. 내집마련을 하기 위해 신혼집을 위한 후보지들도 하나하나 찾아다녔습니다. 퇴근 후에도 여기저기 실거주 후보지들을 찾아다녔고, 주말에는 장모님께 아이를 맡기고, 아내와 부동산을 돌며 매물들을 보러 다니기도 했습니다.
단순 무식하게 모으기 시작했던 신혼때와는 달리, 주식도 당시부터 손을 대기 시작했는데, 결혼 전에 작전주에 크게 당했던 터라, 부동산 공부를 하며 배웠던 투자 원칙들을 주식투자를 하는데도 많이 적용을 했습니다.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는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라고 배웠고, 모르는 주식(정보주나 테마주 등)엔 투자를 하지 않았고, 그렇게 자사주와 우량주 등에 투자를 해서 수익을 낼 수 있었습니다. 아무튼 주식도 자산을 불리는 수단의 일부였다는 팩트는 간과할 수 없으니 이쯤에서 해두고....
2년 가까운 시간동안 1억 정도를 모았고 이 예산에 주담대를 껴서 5억중반까지는 영끌매수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1기신도시들은 물론, 부부의 출퇴근 시간과 처세권 (장모님이 아이를 케어해주셨기에 필수!) 등을 고려했을 때, 몇몇 후보 아파트 등을 정했는데, 송파구 나홀로, 위례신도시 20평대, 분당구 정자동 (한진, 한솔) 등을 추려서 매물들을 보러 다녔습니다. 송파구 모 아파트는 위치는 나쁘지 않았지만, 세대수가 너무 적었다는 단점이 있었고, 정자동은 역까지의 거리 및 출근 시간, 장모님 육아출퇴근 등을 고려하면 단점이 많았고, 위례 신도시 20평대 (송파 2개 단지와 당시 막 입주가 마무리되었던 성남 1개 단지)는 매물들의 호가가 예산을 뛰어넘어버리는 시점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고민을 하던 중, 후보지가 아니었던 곳을 모험 아닌 모험을 하게 되는데요. 당시 주변인들이 많이들 말렸음에도 불구하고, 도박같은 선택을 하였고,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라고 할까요. 1호기는 많은 수익을 돌려주었습니다.
이쯤에서 인트로는 마무리 하고, 본격 1호 내집마련 스토리와 갈아타기 스토리도 이어나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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